‘實質금리’는 저금리 아니다
‘實質금리’는 저금리 아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다. 중앙은행은 금융기관 간 거래에 필요한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을 조정하는 초단기(超短期) 이자율인 ‘콜금리’를 정하는데, 이자율의 기준이라는 뜻에서 ‘기준금리’라 부르고, 이 콜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주요 정책 수단이다. 따라서 ‘기준’이라는 말 자체가 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러 이자율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25% 수치를 과거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그런데 다른 시장이자율들과 실질금리의 움직임을 보면 경제 여건에 비춰 기준금리 숫자와는 달리 현재 실제로도 저금리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도 명목상의 저금리보다는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가 핵심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7월 말 신규 은행 저축성예금 평균금리는 1.3%로 기준금리와 비슷하지만, 대출금리는 3.2%로 예대마진을 고려해도 기준금리에 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기준금리 하락에 상응해 올랐거나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더구나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대출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이 11%에 이르는 등 높은 편이다. 즉, 저신용 대출에 대한 추가금리를 의미하는 ‘신용 스프레드’가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경기침체 지속에 따라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 악화로 인해, 임금근로자는 소득이 줄거나 일자리 위험이 커지면서 사업·생계자금의 필요성이 커져 대출 수요는 증가한 반면, 금융권 입장에선 경기 악화로 대출 회수가 위험해졌다고 판단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고금리 대출이 늘고 여러 곳에서 빚을 내는 다중 채무자들과 이들의 채무 잔액이 크게 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최근 증가한 주택담보대출도 사업이나 생활이 어려워진 계층 가운데 주택보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사업·생계자금을 융통하며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신용대출에 비해 주택담보는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치상 낮다는 기준금리도 명목이자율에 불과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實質)이자율은 낮지 않다. 2012년 7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에 돌입하며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시작된 이래, 현재는 7월(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상승률 -2.4%로 기업과 같은 생산자들이 인식하는 물가는 떨어지고 있다. 가격이 떨어지는 실물을 생산하거나 이를 위해 투자하기보다, 명목상 수치는 낮아도 양(+)의 이자율을 주는 화폐를 보유하는 성향은 강해진다.
따라서 명목이자율은 낮지만 예금의 실질금리는 높아 금융기관 예금 수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실물에 투자하지 않고 예금을 보유하는 경우의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1.25%)에서 물가상승률(-2.4%)을 빼서 계산할 수 있는데, 3% 후반(3.65%=1.25+2.4)에 이른다. 물가가 떨어지고 있어 실물에 투자하지 않고 예금처럼 화폐를 보유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러한 추정은 실물투자 위험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감안하면 실물투자를 하지 않고 예금처럼 화폐로 자산을 보존하는 실질수익률은 더 높다.
디플레이션 이전에는 기준금리는 높아도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금리가 꼭 높은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2000년 2월 기준금리는 5.0%로 명목상 높았지만, 당시 생산자물가상승률은 3.0%로,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이자율은 2%(5-3)로 지금보다도 낮았다. 더구나 2000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8.9%에 이르렀는데 실질금리가 2%였다면, 현재 같은 2%대 성장률의 경기침체 속에서 3% 후반으로 추정되는 실질금리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저금리처럼 보이지만 높은 실질금리 속에 금융기관 예금 수신만 늘어나고, 투자부진·소비축소·소득감소로 이어지며 성장이 저해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잡겠다고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리면, 소득 부족과 사업 부진에 시달리는 계층을 무너뜨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그 결과 자금 유출은 오히려 가속화한다. 금리격차에 반응하는 자금을 무리해 잡으려 하기보다는, 우리의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재정정책을 구사해 경기를 회복시킴으로써 경제의 장기적 전망에 기초한 투자가 이탈하는 것은 막는 자세가 정책 방향이어야 한다.
< 옮긴이 요약 >
2016년 7월 )
BOK 기준금리 1.25
은행 신규 예금 1.3
은행 대출 3.2
제2금융 대출 11
신용 스프레드 7.8 ( = 11 - 3.2 )
PPI -2.4
실질금리 3.65 ( = 1.25 - ( -2.4 ) )
참고,GDP성장율 2.7
2000년 2월 )
BOK 기준금리 5.0
PPI 3.0
실질금리 2.0 ( = 5.0 - 3.0 )
참고,GDP성장율 8.9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한국이 뒤따르면, 제2금융 대출금리가 가장 크게 상승하여, 저신용 대출자들의 고통이 가장 커질 가능성 있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920010330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