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개헌 부결…유로화 한 때 20개월 만에 최저치 급락
伊국민투표 압도적 표차로 부결…렌치 사퇴 표명(종합)
렌치 "내 정부 경험은 여기가 끝"
이탈리아 '포퓰리즘 시대' 예고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16-12-05 09:04 송고 | 2016-12-05 10:06 최종수정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개헌안이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민투표는 정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원 권한을 축소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1시 투표가 종료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투표 개헌안이 찬성 39.68%, 반대 60.32%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Rai와 LA7 방송의 출구조사에서도 개헌안 반대 56.7% 찬성 43.3% 득표율이 예상됐다. 이날 투표율은 68%로 집계됐다.
렌치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개헌)반대가 아주 명백히 이겼다"면서 "실패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 대한 내 경험은 여기가 끝"이라면서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여러차례 밝힌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렌치 총리의 퇴진과 맞물려 이탈리아에선 권력교체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각 정당 대표들과 협의해 기술관료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선거법 개정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여러차례 부결 조짐이 보였다. 렌치 총리는 자신에 유리한 이탈리아 북부의 투표 참여도가 남부에 비해 많을 것으로 예상하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었다.
남부는 개헌안 반대 여론이 많지만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그들의 투표율이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투표가 막상 시작하자 북부와 남부 양쪽 모두에서 투표율이 치솟으면서 부결이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투표 반대파는 앞서 개헌안이 중앙 정부에 권한을 과도하게 집중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견제와 균형원리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반(反)기성주의 성향 야당 오성운동(M5S)은 렌치 정부의 정치적 심판 기회로 국민투표를 홍보해 반대 운동을 적극 진행했다. 실제 여론도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들끓는 상태에서 국민투표를 렌치 정부를 축출하는 심판 성격으로 연결 짓는 성향이 강했다.
이번 개헌안 부결은 포퓰리즘 성향, 반(反) 이민을 내세운 오성운동의 승리라는 점에서 이탈리아에서도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에 이은 반기성 체제, 포퓰리즘 도래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결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이탈리아 야당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은 동맹은 아니지만 반기성 정서를 공유하고 있으며, 국내 문제에 대한 국내 해법을 선호한다. 즉, 렌치 총리 패배 뒤 양당이 뭉쳐 새 정부를 구성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를 놓고 새로운 국민투표를 부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이 확실시된 결과에 즉각 환호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는 녹색당 출신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가 승리하면서 유럽 최초 극우 대통령 당선 사태를 면했다.
http://news1.kr/articles/?2848656
伊 개헌 부결…유로화 한 때 20개월 만에 최저치 급락
"이미 예견된 것"…안전통화 '엔'은 하락세 반전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2016-12-05 11:44 송고 | 2016-12-05 11:46 최종수정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유로화가 달러에 대해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다만 유로/달러 환율은 낙폭을 줄여가고 있으며, 안전통화인 일본 엔화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이 유로존의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초기반응이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1시 투표가 종료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투표 개헌안이 찬성 39.68%, 반대 60.32%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마테오 렌치 총리는 연설을 통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총리직 사의를 표명했다. 렌치 총리는 "(개헌)반대가 아주 명백히 이겼다"면서 "실패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 대한 내 경험은 여기가 끝"이라면서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여러차례 밝힌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유로대비 달러는 1.5%까지 하락한 1.0506달러까지 밀려 지난해 3월1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시간으로 5일 오전 11시35분 현재는 1.1%하락한 1.055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는 엔화에 대해 1.4%까지 급락했다가 1.1% 수준으로 낙폭을 줄였다. 유로/엔 환율은 119.84엔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엔은 강보합 수준인 113.58엔에 거래됐다.
달러대비 유로가 1% 이상 급락할 것을 예상했던 BMO파이낸셜그룹의 스티븐 갈로 환율 전략 팀장은 "현재 유로존의 정치적 물결을 봤을 때 단일 통화지역을 완성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유럽통합 노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유로존 분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이카 유럽증시부문 수석 전략가는 "월요일 이탈리아 증시가 2~4% 떨어지는 즉각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 대선이나 브렉시트 투표와 달리 그동안 여론조사가 지속적으로 '부결'을 가리켜왔기 때문에 시장 충격은 매우 크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저를 상당 부분 줄인 상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방크아우디의 야닉 나우드 채권 팀장은 "시장은 환경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다'며 "이탈리아 조기 총선 가능성이 구체화된다면 유로 가치가 달러와 일대일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헌 투표는 정치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원 권한을 축소하고 하원에 입법 권한을 집중해 중앙정부의 개혁 동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며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바 있다.
http://news1.kr/articles/?2848874
伊 개헌안 부결…포퓰리즘 득세 '이탈렉시트' 이어지나
최대 야당 오성운동(M5S), 투표 부결로 힘 받을듯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6-12-05 13:38 송고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개헌안이 4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로 인해 반(反)기성 정당의 부상,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 추진이 전망되면서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상원의 역할과 권한을 크게 낮추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에 이날 유권자 약 59.5%가 반대를 선택하자 렌치 총리는 약속대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렌치 총리가 개헌에 정치 생명을 걸다보니 이날 투표는 개헌뿐만이 아니라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도 갖게 됐다.
렌치 총리 사임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과도 정부를 구성하고 내년에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렌치 총리의 퇴진으로 좌파 성향의 반기성 정당으로 최대 야당인 오성운동(M5S)과 베페 그릴로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안 반대 운동을 이끌어온 그릴로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블로그에 "정권의 선전과 모든 거짓말이 이번 국민투표의 첫번째 패자들이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특히 그는 그간 이탈리아의 유럽존 탈퇴,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또는 '이탈리브(Italeave)'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해왔다. 이로 인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와 같은 정치적 격변이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날 극우 성향의 반기성 정당인 북부 연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만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만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만세, 북부동맹 만세"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르펜 대표는 이탈리아 투표 결과는 "EU와 렌치를 포기했다"고 화답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또 다른 직접적 효과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들의 시급한 자본 확충이 힘들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1% 이상 하락하며 2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헌안 부결 민심이 총선에서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의 표로 돌아갈지는 미지수이다. 두 정당은 유로존과 EU에 대해서는 입장이 같지만 그 이외 안건에서는 입장이 크게 다르다. 또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의 부상으로 렌치 총리의 민주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포르자 이탈리아의 오랜 지지층이 결집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진단했다.
아울러 오성운동이 이탈리아 키지궁(총리 집무실)을 차지한다고 해도, 정부가 국제 조약에 대해 독단적으로 탈퇴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즉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 국민투표에서 탈퇴 결정이 나오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한편 오성운동은 2009년 창당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왔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하겠다는 공약으로 좌우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릴로 대표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언급하면서 "이들은 일종의 질병을 갖고 있다. 다른 이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실감정증(實感情症) 같은 것이다"며 "그들은 균형예산을 만들기 위해 수천만명을 굶주림으로 내몬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생명을 맡겼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독일 언론인 얀 플라이쉬하우어는 2013년 기사에서 "그릴로는 의회 시스템을 조롱하며 자랑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언급하며 "그의 반기성 수사는 흥미롭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반민주주의적이다. 과거 악명 높았던 이탈리아인의 그것과 무척 유사한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http://news1.kr/articles/?2849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