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반긴 시장…'취약 5개국'은 불안

美 양적완화 축소 반긴 시장…'취약 5개국'은 불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18일(현지시각) 양적완화 축소의 시작을 선언했다. 매달 사들이는 자산 규모를 종전보다 월 100억달러 적은 750억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 시장의 반응은 올여름과 사뭇 다르다. 지난 6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왔을 때만 해도 주가는 추락하고, 채권 금리는 치솟는 등 시장은 요동쳤다. 하지만 이번엔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뉴욕 증시는 물론 일부 신흥국의 통화도 가치가 올랐다.

무엇보다 양적완화 축소의 이유가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것이었던 탓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전 세계 경제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올여름을 거치면서 일부 신흥국들의 경우 충격에 '면역'이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특히 취약한(fragile) 나라로 지목돼온 신흥 5개국의 통화는 약세를 드러내며 불안한 모습이다.

◆ 美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신흥국 통화 가치 올라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양적완화 축소 소식에도 일제히 1% 넘게 올랐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이 292.71포인트(1.84%) 오른 1만6167.9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9.65포인트(1.67%) 오른 1810.6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6.38포인트(1.15%) 오른 4070.06을 기록해 13년 만의 최고치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연준 발표 직후 2.94%까지 올랐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2.889%로 다시 내렸다(국채 가격 상승). 장중에는 2.823%까지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소식에 오히려 환호했다고 WSJ는 전했다. 축소 규모가 적기도 했고, 미국 경제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매달 풀고 있는 850억달러 중 100억달러 정도 줄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얘기다.

릭 라이더 블랙록 펀드 매니저는 "고용 시장이 나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자산매입 규모가 100억달러 줄어든 것도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올랐다. 이날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화 대비 0.6% 상승했다. 올여름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나왔을 때 신흥국 통화 가치는 달러 대비 크게 하락했다.

크리슈나 메마니 오펜하이머펀드 채권 투자 전략가는 "연준이 지금처럼 시장 참가자들과 소통을 긴밀히 해나가고 미국 경제 회복세가 유지된다면 양적완화 축소는 오히려 신흥국에 호재"라고 말했다. WSJ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신흥국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흥국 경제 통화가 이런 연결 고리들을 마침내 찾아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멕시코가 가장 수혜를 볼 국가로 꼽혔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데다가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 '취약(fragile)' 5개국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

펀더멘털이 좋은 멕시코와 달리, 취약한 신흥국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양적완화 축소에 특히 취약한 나라들로 꼽은 5개국(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다. 이날 터키 리라화는 달러화 대비 1.1% 내리며(리라 가치 하락) 9월 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거래초기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고 WSJ는 전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달러화 대비 0.7% 내렸다. 전망도 어둡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남미 통화가 내년에 달러화 대비 5~10%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들 나라는 모두 경상수지 적자가 크다. 양적완화 축소로 풀린 달러가 회수되면 달러 부족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큰 곳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국가를 두고 "노동이나 세금 같이 중요한 내부 개혁은 실행하지 못했다"며 "또 한 번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9/20131219007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