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상위사에 글로벌 IB만 넘쳐난 이유
공매도 상위사에 글로벌 IB만 넘쳐난 이유
김경림 기자 | klkim@yna.co.kr
승인 2016.07.07 07:54:03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공매도 투자 주체 공시로 주요 투자 기관이 공개됐지만 외국계 증권사가 대부분을 차지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공매도 공시 414건 중 399건(96%)에 해당하는 공시가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 포지션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시 건수가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피엘씨로 총 248건에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은 34건, 골드만삭스는 29건, 도이치방크는 2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 UBS AG(22건), 크레디트스위스(19건), 제이피모간(18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글로벌 프라임브로커(PBS)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프레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전 세계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지난해 말 기준 37%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도이치방크도 상위권에 있는 글로벌 프라임브로커다.
외국계 PBS가 한국 주식에 공매도를 칠 때 국내 증권사와 스왑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해외 헤지펀드가 거래 PBS에 한국 주식에 공매도 주문을 내면 이들은 해당 주식을 헤지펀드에 빌려주는 대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가 한국 주식을 프랍(자기자본 투자)으로 보유하는 물량은 미미하기 때문에 이들은 다시 국내 증권사에 스왑 주문을 낸다. 즉, 외국계 증권사가 한국 증권사에 대차 주문을 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대차 주체는 해외 헤지펀드가 아니라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 외국계 증권사로 잡힌다.
실제로 누가, 즉 어떤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쳤는지는 알 수 없고 거래 관계에 있는 글로벌 PBS의 이름만 시장에 공개되는 셈이다.
국내 A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 헤지펀드의 공매도 주문을 외국계 증권사가 받고 이를 국내 증권사와 스왑했기 때문에 주체가 대부분 이들로 잡힌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는 과세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스왑을 하더라도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매도 공시법이 국내 자산운용사 및 기타 투자자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금융 당국이 한국형 헤지펀드를 키우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공매도 공시를 도입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란 얘기다.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면 헤지펀드 주요 전략인 주식 롱숏 전략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는 일차적으로 매도 포지션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매도 대신 개별 주식 선물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헤지에 한계가 있다.
B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매니저는 "삼성자산운용 등 규모가 큰 국내 헤지펀드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국내 운용사들이 이름을 올리지 않은 건 그전에 이미 숏 포지션을 많이 없애 놓은 것"이라며 "국내사는 전략이 드러날까 봐 주식 선물 등으로 눈을 돌리는데 정작 외국 헤지펀드는 PBS 뒤에 숨어버리면 되게 됐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부터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의 공매도 잔고를 보유한 투자자에 인적사항과 종목 등을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