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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엔저-원고에 촉각 세우는 이유 두가지>

정석_수학 2014. 1. 2. 18:53



<채권시장, 엔저-원고에 촉각 세우는 이유 두가지>

한창헌 기자  |  chhan@yna.co.kr


승인 2014.01.02  10:53:13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엔-원 재정환율이 5년 여 만에 세자릿수 진입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도 환율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엔저-원고로 설명되는 재정환율의 급락이 국내 경기 우려를 키워 금리인하 기대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외국인 수급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5원가량 하락 출발해 1,050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0원선을 깨고 세자릿수에 진입했다.


엔-원 재정환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변수로 평가된다.


우선 국내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일본과 비교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 회복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수출 경기마저 위축되면 국내 경제는 다시 둔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관련해서 한국은행 등 통화당국의 경기 인식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1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엔화의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면서도 "최근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고 있으므로 다음 달 경제전망시 추가적인 엔저 및 장기화 가능성을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와 경제전망 때 엔저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다면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와 맞물려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재점화할 수 있다.


정부는 연말에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확장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한은도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서 저물가 기조의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동시에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연구원은 "엔저-원고가 정책당국의 경제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1월에 나올 한은의 2014년 경제전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한은 경제전망의 변화는 향후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한은이 환율 변수 만으로 이른 시일 내에 기존의 경기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엔저-원고 흐름이 지속된다면 상반기 내 1회 정도의 금리인하 기대가 작용하면서 시장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기대와는 별개로 금통위의 금리인하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양과 원화 절상압력 완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갭 축소와 한은이 예상하고 있는 성장경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엔저-원고는 서울채권시장 내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가 10만계약을 넘어서면서 매수세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환차익을 겨냥한 원화채권 매수가 재가동하면 일정부분 시장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혁수 연구원은 "엔저-원고가 지속되면 외국인들은 가격 부담에 상관없이 매수를 이어가면서 시장 강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