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6월 바주카포 쏘면 통할까
ECB, 6월 바주카포 쏘면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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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6월5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양책의 약발이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유럽시간) 전문가들은 ECB가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 유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전통적 수단을 쓸 수 있다는 것에 ECB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했으며 다음번 회의에서 행동에 나서는 것에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보는 것은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하는 방안이다. 또 기준금리인 레피금리를 함께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중 은행이 ECB에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는 0.0%다.
ECB의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은행들은 단기자금을 예치할 때 오히려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동안 ECB는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왔지만, 시중 은행들은 이 자금을 기업이나 가계에 제공하지 않고 ECB에 다시 예치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면 은행들이 자금을 ECB에 예치하지 않고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은행들에 이 같은 효과를 유도하려면 적어도 예금금리를 10bp 인하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또 ECB는 은행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재개하거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매입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같은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이러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 마이너스 예금금리 효과는 '글쎄'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가브리엘 스테인 디렉터는 (금리 인하는) 자원 배분과 유로 약세 관점에서 약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 중 하나지만, 엄청난 효과를 줄 만한 '대형 바주카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의 주세페 마라피노 채권 전략가는 ECB의 금리 인하는 "대출 비용을 미미하게나마 줄여주겠지만, 실물 경제에 대출 창구를 열어줄 정도의 '결정적 역할(game-changer)'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의 마크 월 유럽 경제 담당 공동 헤드는 덴마크의 경우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채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 은행들은 마진이 축소되면서도 예금을 은행들에 제공하는 것을 꺼렸으며 늘어난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은행은 대출 금리를 올려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크레디 아그리꼴도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대출을 촉진시키지 못한 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마이너스 예금금리만으로는 실물 경제에 상당한 부양 효과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유로화 약세 전환 효과도 단기적
유로화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유로화가 드라기 총재의 추가 부양책 시사 발언으로 1.40달러에 육박하다 1.37달러까지 밀린 데다 추가 부양책 단행이 ECB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ING의 크리스 터너 전략가는 "마이너스 예금 금리가 유로 약세 추세를 촉발할 정도로 충분할 것이라는 점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전략가는 ECB의 부양책은 유로존 주변국으로의 투자를 촉진해 6월 조치는 유로화를 낮추는 데 큰 효과를 주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의 월 헤드는 마이너스 예금금리로 투자자들이 유로존 주변국 투자를 늘려 금리 스프레드를 확대시킬 경우 유로화는 강세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스프레드 확대는 유로존 외부로부터의 자본 유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어 유로화 약세 목표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ANZ은행도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은행들의 대출을 장려하려는 것이라면 최선의 방책이지만, 유로화 상승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면 지속적인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NZ는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오히려 해외 자본을 유로존으로 유입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NZ는 "유로존 은행들이 자본비율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집행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오히려 해외 자본이 유입돼 유로존 성장을 떠받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ECB가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