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에도 공포 지수
주가는 기업 가치(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에서 심리에도 영향을 받는다. 시장이 흥분 상태가 되면 주가가 원래 가치 이상으로 올라가고, 공포 상태에 있으면 가치 이하로 떨어진다.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미국 증시에서 쓰이는 ‘VIX(변동성) 지수’가 있다. ‘공포 지수’라고도 불리는 이 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지수 옵션의 변동성이 향후 30일간 얼마나 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93년부터 제공되고 있다. 이 지수는 시장이 불안하면 올라가고 안정되면 떨어진다.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본격화했을 때 VIX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2005년 자체 개발해 선보인 ‘탐욕과 공포(Greed&Fear) 지수’가 시장의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이 지수는 풍수 지수나 태양 흑점 주기론과는 달리 정통 경제학적인 방법으로 산출한다. 경기변수·기업이익·가격·펀드자금 흐름·기술적지표·거래량 등 6개 지표를 종합한다. 탐욕과 공포 지수는 대체로 시장에 선행하거나 동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증시 흐름이 꺾이는 지점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그러나 단독으로는 증시 예측이 불가능한 보조지표라는 한계가 있다.
탐욕과 공포 지수는 2007년 3월부터 크게 올라 그해 7월 ‘탐욕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의 과열을 경고한 셈이다. 실제 그해 10월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현재는 ‘위기 국면’을 겨우 벗어난 상태다. 우리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탐욕과 공포 지수가 단기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지만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탐욕과 공포 지수를 참고하면 상승기에 탐욕을 부리다가 손실을 보거나 하락기에 공포에 질려 기회를 놓치는 실수는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