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102301073037076002
低유가 게임
비싼 기름값에 오래 길들여지다보니 ‘저(低)유가’라는 말부터가 생소하다. 요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82달러대에서 움직인다.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7월에 비해 석달 새 20% 이상이나 빠졌으니 급락세가 심상찮다. 40∼60달러선까지 떨어질 거라는 과격한 전망도 나오는 판이다. 6년 전 140달러 넘게 치솟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세계 석유 수출량의 35%를 점하는 중동이다. 공급을 줄여 값을 다시 올릴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맏형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만 배럴 증산 발표로 허를 찔렀다. 당연히 값은 더 떨어졌다. 사우디는 과거 1980년대 초반 유가 약세가 이어지자 산유량을 하루 1000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 아래로 줄이는 강수를 뒀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그때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시장점유율임을 알았다. 가격이 내려가면 먼저 떨어져 나가는 건 생산단가가 비싼 쪽이다. 사우디의 생산비용은 셰일오일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수년간 쌓아둔 7400여억 달러의 외환 창고도 넉넉하다.
다양한 버전의 음모론도 나온다. 사우디의 저유가 용인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금줄 차단용이라고도 한다. 유전지역을 확보한 IS는 지하시장을 통해 거액의 투쟁자금을 챙기는 중이다. 더 설득력 있기로는 이란·러시아 견제설이다. 중동 주도권 경쟁자 이란은 생산단가가 높아 저유가 지속 땐 타격을 받게 된다. 국세 수입의 45%를 원유에 기대는 푸틴의 러시아는 당장 올해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다. 푸틴이 가장 무서워하는 적은 서방 아닌 저유가다.
저유가시대는 미국, 혹은 동아시아국에 ‘양날의 칼’이다. 지금까지 하락폭만으로 미국 가정은 연간 600달러를 아낄 수 있다. 반면 셰일오일은 순익분기점에 걸치면서 생산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놓일 수 있다.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중·일은 비용을 줄여 소비자 구매력 증가 효과를 얻는다. 대신 저유가의 한 원인이 성장 둔화라는 점에서 수출 감소도 우려된다.
바깥 사정이 어떻든 국내 유가는 오불관언이다. 국제유가가 비슷했던 2009년에 비해 지금 시중 휘발유값은 ℓ당 150원 가량 더 비싸다. 절반 이상이 정액으로 고정된 유류세 탓이다. 뜻대로 잡히지도 않고, 설령 내린다 한들 좋은 것만도 아닌 게 유가다. “기름값이 묘하다”고 했던 전임 대통령의 속내가 조금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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