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회원국들 사이에서 그리스가 추가 구제금융에 대한 선제 조건으로 현지 기업이나 부동산 같은 정부의 비현금성 자산을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그리스가 핀란드에만 예외적으로 담보를 제공하기로 한 데 대해 주변국들의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그리스는 핀란드의 지원금에 대한 담보로 현금을 핀란드 국고에 예치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핀란드는 이 현금을 위험이 낮은 장기자산에 투자하고, 그리스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 담보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 국가만 예외적으로 담보를 받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그리스·핀란드의 국가 간 협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통상 가장 먼저 상환을 받아 왔던 ‘우선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유로존 주요 채권국인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정부도 공개적으로 그리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핀란드에만 담보물을 제공하는 것은 다른 나라를 배려하지 않은 특권”이라며 “우리에게도 담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 금융안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달 21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을 전격 타결했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와 IMF가 그리스에 1090억유로(약 165조원)를 지원하고, 은행을 비롯한 민간 채권단이 자발적인 차환 등을 통해 3년간 496억유로를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난관은 남아 있다. 그리스 정부가 당사국의 땅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삼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측은 유로존의 이런 논의가 자국 영토주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정부 관리는 그러나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2일 보고서를 내고, 그리스와 핀란드 양국의 담보 협약은 그리스는 물론 아일랜드·포르투갈 같은 구제 금융국 전체 신용등급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