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블랙홀, 전 세계 금리 끌어내린다<WSJ>
(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선진국 국채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이 전 세계의 국채와 회사채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은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많은 국가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자 투자자들이 정부채로 몰리며 미국과 유럽, 일본의 금리가 추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8일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 호조로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금리의 반짝 상승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나서며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점인 1.366%까지 하락했다.
안전 시장에서의 금리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장기물 금리와 신흥국 국채는 물론 더 위험한 회사채 금리까지 끌어내리는 블랙홀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잭 켈리 투자 책임자는 "우리가 현재 목격하는 것은 글로벌 국채금리의 기계적인 하락"이라며 "많은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진입해 투자자들이 더 작은 규모의 대체재를 찾는 과정에서 금리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지난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가져온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도 성장률 전망 하향, 중앙은행의 추가 부양책 전망을 불러오며 금리 하락의 동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린치에 따르면 현재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13조달러에 달한다. 브렉시트 투표 이전의 11조달러와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거의 없었던 2014년 중반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것이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스위스의 경우 만기가 가장 긴 50년물 국채금리가 현재 0% 아래로 내려갔고, 일본과 독일 국채 중 80% 가까이가 마이너스 금리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수익률 하락이 이제는 더 리스크가 큰 채권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찾아 이동하면 금리 역시 내려가기 때문이다.
WSJ은 은행위기에 직면한 이탈리아의 경우도 1조6천억달러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가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올해 들어 반 토막 나며 0.5%에 근접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의 10년물 국채금리도 1%대에서 올해 들어 0.7% 정도로 하락했다. 뉴질랜드의 10년물 국채금리도 3.6%에서 2.3%로 내려갔다.
또 BOA 메릴린치에 따르면 7월 6일까지의 한 주 동안 신흥국 펀드로의 유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베스코의 라시크 라만 신흥국 담당 헤드는 서유럽과 아시아의 기관 투자자들이 자국 시장에서 얻던 수익률을 재현하기 위해 투자 가능한 등급의 신흥국 국채매입에 나서며 꾸준한 유동성 유입이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멕시코나 폴란드, 한국 국채인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그들은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할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회사채 역시 마찬가지라고 WSJ이 분석했다. BOA 메릴린치에 따르면 2천500억유로 규모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가 현재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중이다.
또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한 부서인 LCD에 따르면 지난 7일 월트 디즈니는 10년물 채권을 1.85%, 30년물 채권을 3%에 발행하며 미국 회사 사상 최저 수준의 장기 차입 비용을 기록했다.
HSBC 글로벌 자산운용의 리키 리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장 등급이 높은 정크본드를 포함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려는 아시아 지역 고객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은 오늘의 금리 하락이 내일의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먼저 신흥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중이지만,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가 신흥국에 미치며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실제 피치는 올해 상반기에만 15개 국가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는데, 유로존 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한 해 동안 20개 국가의 등급이 강등된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의 변화 역시 국채시장에서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기준금리가 조금이라도 올라갈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QE)로 알려진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중단을 논의하며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관측됐다는 지적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이에인 스틸리 펀드 매니저는 "당시 상황이 반복되면 많은 사람이 상당히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며 "수익률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장이 매우 편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저금리가 채권시장이 의존하던 시그널을 왜곡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하며 경기 둔화의 신호를 만들어냈지만, 미국 경기가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는 단서는 적다는 진단이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2007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이 같은 스프레드 축소에 대해 연준이 금리를 올리며 성장 모멘텀이 느려질 것이라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같은 현상이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빅토르 스차보 신흥국 펀드 매니저는 "채권시장에서는 수익률을 위해 어디로든 갈 수밖에 없다"며 "어디로 가서 얻을 것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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