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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 둔화, 남미 좌파정권들 뒤흔든다

정석_수학 2015. 6.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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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 둔화, 남미 좌파정권들 뒤흔든다

남미 '좌향좌(左向左)'
남미 '좌향좌(左向左)'지난해 말 치러진 우루과이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 중도좌파연합 프렌테 암플리오(Frente Amplio)의 타바레 바스케스 후보 당선이 확실해지자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바스케스 지지자들이 국기를 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도연 기자 = 21세기 초 남미대륙을 휩쓴 좌파 정권이 경기 침체 속에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의 여파가 태평양을 건너 남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좌파 정권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재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뺀 10개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 있다.  

남미 대륙에 좌파 정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9년부터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대통령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년), 아르헨티나(2003년), 우루과이(2004년), 칠레·볼리비아(2006년) 등에서 좌파가 줄줄이 정권을 잡았다.

남미 좌파는 2010년을 전후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그해 10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의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당선돼 건재를 과시했다.

남미 좌파 정권은 세계 경제 호황과 원자재 수요 붐에 덕에 탄탄한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2010년에 각각 7%대, 9%대의 고속 성장을 했다.

그러나 남미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휘청대기 시작했다.

내부 사정이야 나라마다 다르지만 남미 경제를 흔든 주요 요인은 중국의 경기 부진이다.

10%대 고속성장을 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2012년에 7%대까지 급락하자 중국에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한 남미 국가들도 흔들렸다.  

중국 경제가 흔들린 데 더해 지난해부터 석유,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남미 국가들이 받은 충격은 커졌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하는 남미국가들이 중국과 유럽 경기 부진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으로 천연자원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 정권을 잡았던 남미 좌파 세력이 경제성장 둔화로 더 이상 서민들에게 부를 나눠주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유가 하락으로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화보유액이 바닥을 보이면서 지난해 내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져 있었다.  

중국 등의 경기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때 '핑크 타이드'(pink tide : 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남미를 호령한 좌파 정권들은 이제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탈출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 국민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 정권의 물결은 과거 우파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반작용으로 탄생한 측면이 강하다.

물론 지난해 말 볼리비아와 브라질에서 좌파 대통령이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했지만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힘겹게 재선에 성공했고 현재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도 좋지는 않다. 

올해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 역시 30% 대의 인플레이션 탓에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학자 파트리시오 나비아는 "경제가 성장할 때에는 아무도 부패에 주목하지 않지만 파이가 더 커지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쪽을 쳐다본다. 그러면서 '내 파이 조각은 어디 있지?'라고 묻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 정권에 주어진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올해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남미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모든 신흥시장에서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원자재 수출국이 많은 라틴아메리카에 미치는 충격이 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