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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주가 폭락 대비하는 소로스와 아이칸
김기훈 이코노미조선 에디터
입력 : 2016.06.22 03:09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를 앞두고 국제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 거시적인 쪽에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써온 부양책이 한계에 도달했는지 여부이다. 최근 화제가 된 인물은 조지 소로스와 칼 아이칸이다. 둘 다 '동물적 투자 감각'으로 수십조원을 벌어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통한다.
소로스와 아이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1~3월) 투자명세서를 분석해 보면, 두 사람은 7년 이상 계속된 주가 상승이 끝났다고 보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소로스는 미국 주식 비중을 작년 말에 비해 37% 축소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 500이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풋옵션 상품 비중을 2배로 늘렸다. 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금도 샀다.
아이칸도 주가 하락 시 이익 나는 금융상품을 주가 상승 시 이익 나는 상품보다 1.5배 많이 갖고 있다. 주가 하락용 상품 비중은 1년 전에 4%에 불과했는데, 작년 말에 25%로 늘었고 올해 들어 60%로 급팽창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을 줄이겠다는 방어적 입장을 넘어, 이익을 내겠다는 공격적 투자전략이다.
소로스는 올해 86세, 아이칸은 80세이다. 평생 격렬한 투자전쟁을 치르고 이제는 이성과 냉정이 감성과 열정을 통제하는 나이가 됐다. 간혹 투자에 실패하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위험은 젊을 때보다 더 예리하게 짚어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 80대 투자자들은 어디서 세계 경제의 위험을 감지했을까. 올해 초 소로스는 중국이 빚에 의존해 경제를 버티는 모양새가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미국 정부의 경기 억지력이 점점 약해지는 데서 위기의 냄새를 맡고 있다. 아이칸은 "미국 정부가 재정을 동원한 부양책을 더 내놓지 않을 경우 '청산의 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소로스와 아이칸의 경기 하강 예측이 맞을지, 글로벌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이어져 주가가 잘 버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월스트리트에서 소로스와 아이칸의 예측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써온 돈 풀기 정책이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더 이상의 돈 풀기를 유보했고, '트럼프 막말'은 새로운 활력소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렸다. 그동안 세계 주가는 돈 풀기 정책 덕택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상승 잠재력이 고갈되면서 세계 경제의 모순은 다시 금융으로 집약되는 양상이다. 소로스와 아이칸의 비관론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 기업가의 야성(野性)과 더불어 부채 감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의 북유럽 금융위기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에는 각국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채를 축소했고, 그 결과 경기회복도 빨랐다. 반면 지금 전 세계 은행들은 부채 감면 없이 대출 만기만 연장하고 있다. 부채 감면은 은행에 큰 충격을 주고 정부 재정에도 부담된다. 하지만 빚의 덫에서 벗어나야 소비, 더 나아가 경기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영국 문제로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에 부양책 한계와 부채 축소라는 더 근본적인 이슈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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