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0.50원(2.83%) 오른 1107.80원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 원화는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일 1061.25원을 기록했던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7거래일 만에 4.39% 상승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자산을 매도하면서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7% 하락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부각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한 신흥국은 한국 뿐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이달 초부터 계속 가치가 떨어졌다. 지난 1일 달러화 대비 루피아화 환율은 8525루피아를 기록했지만 지난 14일에는 2.22% 오른 8715루피아를 기록했다. (루피아화 가치 하락) 루피아화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도 모두 9월 이후 계속 약세를 보였다. 달러에 대한 헤알화 환율은 지난 1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헤알화 가치 하락) 멕시코 페소화 역시 6%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산을 매각해 안전자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신흥국 통화는 꾸준히 약세를 보인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와 미국 국채 매입에 쓰이는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비교적 탄탄한 방어력을 보이면서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보름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0.3~0.4% 떨어지는데 그쳤다.
그러나 그리스가 디폴트 사태에 직면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가치가 하락하게 된 것이다.
홍콩 HSBC의 폴 매킬 애널리스트는 “한동안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극심해 지면서 결국 안정된 흐름이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