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채권 인기 급증 - 금리 고정 자금 장기채로 몰려 2007년과 같은 短高長低 현상
금리 동결 기대감도 작용 - 장기채, 금리 하락세 본격화 땐 단기채보다 투자 수익률 두 배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장기 채권(만기 5년 이상)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원래는 투자기간이 긴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높은 게 정상이지만,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간 금리를 고정시켜 놓으려는 자금이 장기채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연 3.48%로 통안증권 2년물 금리(3.5%)보다 낮은 채로 거래돼 3일째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을 보였다. 국고채 3년물 역시 지난 6일까지 국고채 1년물보다 금리가 낮은 현상이 이틀째 지속됐다.
지난 한달여간 증시 불안으로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장단기 금리가 모두 크게 떨어졌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장기채권 금리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채권금리 단고장저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 역시 10년물 국채 금리가 2% 이하로 하락하는 등 장기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단고장저 현상은 과거에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때 종종 나타났었다. 2007년 미국에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3년물 국채금리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더블딥과 세계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는 '현명한 이코노미스트(경제학자)'라 불릴 만큼 미래의 경기를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장단기 금리차 역전현상이 지속되면, 이후 경기침체가 실제로 진행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고장저 현상에는 더이상 정책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금리 하락세가 본격화되면 단기채보다 장기채 투자수익률이 2배 정도 좋기 때문에 장기채 인기가 높아진다.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를 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물가가 꼭짓점을 찍고 내려갈 가능성이 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형호 한국투자자문 대표는 "금통위가 금리를 올린 뒤 경기가 더 꺾이면, 비난의 화살이 금통위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며 "만약 금리를 올린다 해도, 단기금리에만 영향을 미칠 뿐 장기채 인기는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