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약세장으로 가려는가. 또한번 애프터 쇼크가 덮쳤다. 진원지는 프랑스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전날 상승분 이상으로 떨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대비 519.83포인트(4.62%) 추락한 1만719.94로, 나스닥지수는 101.47포인트(4.09%) 미끄러진 2381.05로, S&P500지수는 51.77포인트(4.42%) 급락한 1120.76으로 마감했다.
이날 다우지수 낙폭은 97년 10월27일 554포인트 급락후 최대로 사상 9번째다.
뜬금없는 프랑스 등급하향설 미국에 이어 유럽 2위 경제대국 프랑스가 최고등급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뜬금없이 제기되면서 공포의 하락이 재연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휴가일정을 중단한 채 엘리제궁에서 재정적자목표를 지키기 위한 긴급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소문은 불거졌다.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재정적자 감축노력은 의무"라며 추가 증세와 지출축소를 통해 계획한 재정적자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GDP대비 재정적자를 5.7%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요동치자 무디스, 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한꺼번에 나서서 프랑스 AAA등급과 안정적 등급전망을 확인하고 나섰지만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며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판을 두드리기에 바빴다.
佛 등급하향설 은행위기 우려로 불똥 신평사 부인으로 없던 일이 됐지만 불똥은 은행위기로 전파된 셈이다. 당장 은행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잇딴 모기지 소송, 경기침체시 자산 질 악화 우려, 유로존 재정난으로 인한 대량 손실 가능성 등이 은행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불안감을 샀다.
유럽에서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14.74% 하락, 1989년 이후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프랑스 1위 은행그룹인 BNP파리바는 9.47% 떨어졌고 크레디 아그리콜도 11.81% 밀렸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은 최근 그리스 관련 채권상각으로 큰 손실을 낸 바 있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은 7.73% 떨어졌고 영국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 7.52%, HSBC홀딩스 5.28%, 바클레이 8.70% 등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은행도 죽을 쒔다. 이날 모기지관련 자산 부실우려속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72%, 다우종목 하락률 1위에 올랐다. JP모간 체이스는 5.71%,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7.3% 씨티그룹은 10.5%, 모간스탠리는 9.8%, 웰스파고는 7.7% 급락마감했다.
인력 감축계획을 밝힌 뉴욕멜론은행도 7.8% 내렸다.
좀비 논쟁에 분위기 마저 뒤숭숭 미국 대형은행 주가 폭락이 재연된 가운데 이날 월가 유명애널리스트가 미국 대형은행을 '좀비(Zombie)'라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대형 은행에 대한 불신의 골이 한껏 깊어진 모습이다.
아직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 외에 시스템 면에서 위기라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자칫 이같은 시장 불신이 은행에 대한 신뢰위기로 이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메르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에 출연, 특유의 독설로 미국 대형은행들을 '좀비'라고 몰아세웠다. 그녀는 "미국대출시장을 지배하는 대형은행은 수익기반에 비해 과도한 비용구조를 가진 좀비은행"이라며 "금융사에 규제가 강화되고 대출수요마저 부진한 시기에 정상화되려면 10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제이미 다이몬 JP모간체이스 CEO, 뱅크오브아메리카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가 연이어 나서 진화에 나섰으나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다우지수 구성종목이 모조리 하락했다. 2분기 이익이 예상치를 웃돈 월트디즈니도 9.1% 떨어졌다. 유가는 재고감소에 힘입어 3%가량 뛰었지만 거센 주가 하락속에 석유관련주도 추락을 비켜가진 못했다.
엑손모빌은 4.6%, 셰브론은 3.0% 떨어졌고 필라델피아 오일서비스지수는 3.5% 내렸다.
악재에 파묻힌 호재 이날 소매업체가 2분기 호실적과 함께 낙관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으나 거센 시장폭락속에 철저히 파묻혔다. 의류업체 폴로랄프로렌만 분기실적 호조에 힘입어 4.5% 상승마감했다. 폴로랄프로렌은 가을 경기에 대해 신중한 낙관을 제기했다.
폴로랄프로렌은 지난 4~6월의 회계1분기에 전년비 52% 증가한 1억8400만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주당순이익은 1.90달러로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전망치인 1.47달러를 가볍게 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2% 늘어난 15억3000만달러로 의류와 액세서리 매출이 세계시장에서 골고루 신장했다.
이외 백화점 메이시도 예상을 웃돈 가운데 긍정적 전망을 내놨으나 거센 매도물결에 3.6% 내렸다.
백화점 메이시는 2분기 순익이 64% 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예상 매출과 이익전망 가이던스도 올렸다.
미 상무부의 6월 도매재고지수는 0.6% 상승, 1.0% 상승하리라던 예상을 밑돌았고 5월 상승률 1.7%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값, 미국채 초강세...유가도 모처럼 급등 주가약세와 안전자산 선호무드 속에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 당 한때 전일 대비 58.00달러(3.33%) 오른 1801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41.30달러(2.4%) 오른 1784.30달러로 상승폭을 줄인채 정규 거래를 마쳤다.
미국채는 미국 국내 투자자들이 열광적으로 몰려들며 10년만기 미국채수익률은 장중엔 2.04%까지 급락, 2008년 금융위기 때 최저점을 터치했다. 마감가는 0.05%포인트 하락한 연 2.14%를 나타냈다.
이날 미국채 입찰이 기폭제가 됐다. 미재무부는 10년만기 국채를 240억달러 어치를 연 2.14% 금리에 매각했다. 이는 당초 2.18%에 낙찰되리라고 생각했던 시장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것이다. 예정액대비 입찰액 비율은 3.22배로 직전 4번의 평균치 3.01을 크게 능가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 밖의 감소세를 보인 영향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 당 3.59달러(4.5%) 오른 82.89달러로 정규 거래를 마쳤다. 이는 5월 9일 이후 최근 3개월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522만 배럴 감소, 3억498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