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레이더] 외국인이 장 막판에 사들이는 이유 기사입력 2011.04.07 17:17:00 | 최종수정 2011.04.07 19:09:40
외국인이 3월 16일 이후 거래일수로 17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며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는 오른다`는 한국 증시의 `진리`는 이번에도 확인됐다.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 배경은 대략 두 가지로 거론된다. 생산시설이 망가지거나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운 일본 기업들을 대신해 한국 상장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원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된 것도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매매 행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이 같은 분석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최근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우선 외국인 매수 중 30%가 장 마감 직전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22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 중 장 마감 동시호가 10분간 이뤄진 비중이 평균 30.7%였다. 지난 4일에는 하루 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827억원이었는데 장 마감 동시호가 순매수 규모가 절반이 넘는 941억원에 달했다. 장 내내 조용히 있다가 막판에 기습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사는 외국인들이 세계 곳곳에 널리 포진한 투자자들이기보다 특정 집단에 국한돼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른 특징은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4일간 외국인의 총순매수 규모는 4조5748억원이었다. 이 중 프로그램 매매를 이용한 순매수가 3조8066억원으로 절대적이다. 프로그램 매매란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즉 코스피200 종목을 바스켓으로 구성해 통째 매매하는 방식이다. 개별 산업과 기업별로 투자가치를 분석한 후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일반적인 투자 방식과는 다르다.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평가해 한국 주식을 산다면 분명히 수혜 기업들을 골라낼 텐데, 이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특히 프로그램 순매수 중 비차익거래가 2조6355억원으로 69%에 이른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 혹은 비차익거래를 할 때 사용된다. 차익거래란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가격차를 이용해 무위험 소득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동일한 가격으로 현물과 선물에서 반대 포지션을 취하면 이익과 손실 가능성은 모두 제로다. 비차익거래란 선물시장과 연계된 매매가 아니라 순수하게 현물시장에서만 샀다는 얘기다.
원화 강세가 확실하다고 본 외국인이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식 부문 리스크는 차익거래를 이용해 제로로 만들어놓는 게 적절할 것이다. 비차익거래를 선택했다면 원화값과 주가 상승 모두를 노리는 상당히 투기적인 자금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 전체 자금 중 57.6%는 이 같은 성격이다. 외국인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전고점을 돌파한 요즘 증시가 편하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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