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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부채위기의 `스리쿠션`에 남미 무너지나

정석_수학 2011. 8. 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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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부채위기의 `스리쿠션`에 남미 무너지나

中 수요 위축 불러 원자재 가격하락 초래
高물가로 긴축 불가피..성장 발목 `악순환`

입력시간 :2011.08.24 13:58
[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미국, 유럽 등 선진 경제권의 성장 둔화 우려로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대륙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이 지역 경제 성장 엔진의 전부라 해도 좋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 모간스탠리등 성장률 잇딴 하향.."원자재價 하락 탓"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중앙은행의 주간 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3주 연속 하락해 지난 주말 기준 3.84%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가 2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인 7.5%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둔화세다. 브라질 경제는 올 들어 줄곧 둔화 조짐을 보여왔다. 

그외 남미 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남미 국가들이 "전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3.6%로 낮춰 잡았다. 미국, 유럽의 성장 둔화 우려로 인한 중국의 원자재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이었다. 

실제 원유와 천연가스, 각종 곡물과 금속 등의 선물가격을 묶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원자재 가격 지수(GSCI)는 지난 4월 말 이후 15%가 내렸다. 전체 수출의 절반이 원자재인 남미 입장에선 심각한 타격이다. 모간스탠리의 그레이 뉴먼 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 경제권의 약화는 중국의 수출 및 수입 감소로 이어져 남미 번영의 기반이 됐던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서 시작돼 미국이 증폭시킨 경기 둔화 우려가 한동안 잠잠했던 남미 경제마저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남미 경제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남미 최대 규모인 브라질 경제가 "미국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고, 노무라 역시 남미 각국에 대해 "저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高물가 탓에 긴축 `발목`.."급격한 성장 둔화 온다" 

하지만 남미 국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경우 금리 인하를 통해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등 경기 진작책을 써야 하지만, 높은 물가 탓에 발목이 잡혀 있다. 

▲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브라질 중앙은행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6.26%에서 6.28%로 올려잡았다. 현재 브라질 중앙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2.5~6.5%다. 아직까진 목표 범위 내에 있긴 하지만 이는 연간 상승률일 뿐, 월별로는 지난 7월에 이미 6.9%를 기록하며 목표를 넘어선 상황이다. 8월엔 7%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을 비롯한 페루, 콜롬비아, 칠레 등 남미 주요국들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2.5%. 베네수엘라(17.4%) 다음 가는 세계 2위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예산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으려면 정부로서도 긴축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정부의 긴축은 다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BNP파리바의 마르셀로 까르발료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의 긴축정책은 이미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의견"이라면서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라는 역풍은 대부분의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급격한 성장 둔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