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옥수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옥수수 선물가는 지난 주말 부셸(1부셸=2.25kg)당 4.1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8.32달러에 비해서는 거의 절반 수준이다. 양계나 양돈 농가들은 사료 부담이 줄어 희색인 반면 콘벨트 지역의 농민들은 불만이 넘쳐난다. 옥수수는 원래 미국 농업의 상징적 곡물이다. 옥수수 가격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옥수수 정치학’도 거론되는 마당이다. 하지만 셰일가스 혁명이 이런 미국 농업 패러다임을 원천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40%를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는 일명 옥수수법을 만든 건 2007년 부시 정권이었다. 정부가 옥수수를 직접 대량 수매하도록 길을 연 포퓰리즘 법률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 법을 계속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갔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환경보호국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바이오 에탄올 의무 사용량을 계획 대비 16%나 줄여버렸다. 셰일가스 등장으로 유가와 가스가격이 3분의 1 이상 떨어진 마당에 유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먹히는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더 이상 정부가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곡물에서 연료를 뽑아내는 게 오히려 환경을 더욱 해친다는 반발도 만만찮았다. 옥수수 증산이나 바이오 연료 기술 개발이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셰일가스에 직격탄을 맞아 세력을 잃고 있는 국면이다. 11월 원유 생산량이 2년 반 만에 최저인 하루 평균 3000만배럴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아 더욱 감산해야 한다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FT는 아예 OPEC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7년 전 60%였던 미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30%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015년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미국이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사우디아메리카라는 조어는 과장이라고 하겠지만 분명 20세기와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셰일가스 혁명이 몰고 온 후폭풍이 산업을 파괴하고 거대 카르텔을 해체시키는 상황이다. 이미 에너지나 화학산업에는 그 쓰나미가 덮쳤고 철강이나 운송 농업에까지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블룸버그는 ‘메이드 인 USA’가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 혁명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패러다임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