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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부족' 아르헨티나, 경제가 휘청인다
최종수정 2013.04.16 13:27기사입력 2013.04.16 11:30
국제부 지연진
수년간 인플레지수 반토막 줄여 발표…암시장 달러급등 '들통'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 수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 인플레이션을 실제의 반토막으로 줄여 발표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에 '경제 지표 조작국'이라는 낙인까지 찍었을 정도다. 아르헨 정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거짓 주장이 이제 통할 수 없게 됐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의 암시장에서 현지 화폐인 페소 가치가 폭락했다며 "현실을 외환시장보다 더 뚜렷이 보여주는 곳은 없다"고 최근 지적했다.
아르헨 정부가 인플레 등 각종 경제 지표를 왜곡하는 것은 대외 채무 부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함이다. 그러나 '블루달러'로 불리는 암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 간 격차는 아르헨 경제의 불투명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지난달 아르헨 암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8.75페소까지 폭락해 공식 환율보다 42% 낮았다. 이는 아르헨 정부가 신용카드 해외 사용시 세율을 15%에서 20%로 올리고 자국에 들어온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2011년 재선에 성공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외환 통제 정책 가운데 하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수입을 제한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기업의 모든 수익은 국내로 돌리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달러 비축으로 불확실한 경제로부터 아르헨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외환 통제는 효과를 거뒀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2011년 215억달러에서 지난해 34억달러(약 3조8029억원)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후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다수 기업의 경쟁력도 약화했다. 특히 암달러 시장의 블루달러 환율은 정부 통제력을 완전히 벗어났다.
일부 외국 기업은 아르헨에서 아예 사업을 접었다.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는 지난달 6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미 22억달러나 쏟아 부었지만 척박한 투자환경에서 실익을 챙길 수 없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아르헨에서 달러를 가장 많이 버는 대두 농장주들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달러를 들여올 때 블루달러 환율이 적용되면 세금 제외하고 받는 게 달러당 3.20페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르헨 정부는 '악의 근원'인 블루달러 시장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아르헨 정부가 달러 매입을 막을수록 국민은 더 매입하려 든다.
10월 총선을 앞둔 아르헨 정부가 어떻게 선택할지 아직 미지수다. 외환통제 정책을 강화할 수 있지만 암시장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고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까지 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현재 아르헨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액은 40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12월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 출범 이래 가장 적은 것이다.
아르헨의 외환 보유액은 2년 전만 해도 사상 최대치인 525억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가 보유 외환을 외채 상환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갈수록 줄었다. 아르헨 정부는 올해만 46억달러를 외채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외환 보유액이 더 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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