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차본 차익보다는 금리와 환율 변동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금리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는 그만큼 중요한 투자기준이다. 장단기 금리차와,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차로 예측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내렸다. 1.50%, 사상 최저치다. 1.75% 당시에도 사상 최저 금리였는데 기록을 새로 썼다. 당초 시장에서는 동결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더 많았으나, 엔저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실적 감소폭이 상당했던 데다, 갑작스레 불거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소비 등 내수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으로 금리 인상 시기를 재고 있는 미국과는 다른 방향을 걷게 됐다. 영향이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단기 금리차 좁혀지면 위기 금리는 그 자체로 경제상황을 나타낸다. 더불어 금리 변동은 경제 상황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져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릴 경우엔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은행으로 끌어오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지지부진할 때에는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풀고, 이 돈이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마중물이 되도록 유도한다. 지금은 후자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돈을 푸는데도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금리를 내려 계속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러다가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금리는 다시 급등할 것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리가 빠르게 상승했던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위기 징조는 금리 추세에서 먼저 예고된다. 평소에는 장기 금리보다 단기 금리가 낮고 그 차이가 어느 수준에서 유지되게 마련인데, 위기가 닥치면 급전을 찾는 수요가 늘어 단기 금리가 치솟아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고, 상황이 심각할 땐 그 차이가 역전되기도 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며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32bp까지 꾸준히 좁혀졌던 이 갭은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한-미 금리차 한때 역전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높은 것이 정상인 것처럼, 선진국보다는 이머징국가의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올해 초부터 반등하는 사이 국내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그래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난 6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에는 국고채(10년물)보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각각 0.1bp, 1.3bp씩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금리차가 좁혀지면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 전에라도 투자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시장이 금리 하나만으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외환시장에서 금리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여줄 수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빠져나갈 요인이 되겠지만, 외환당국이 통화정책으로 어느 정도는 방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하락할 텐데 이는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게 된다. 물론 이 또한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시장은 언제나 변화무쌍한 얼굴색을 드러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금리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