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구리를 판매하는 글로벌 광산업체가 현물시장에서 구리를 매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광산업체는 거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량 늘리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전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칠레의 광산업체인 코델코는 올해들어 현물시장에서 구리를 한달에 최소 3000톤 이상 매입하고 있다.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용광로 1개가 문제가 생기며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칠레의 메탈 생산량은 2004년 이후 최저치다. UBS에 따르면 2009~2011년 사이 전세계 광산 생산량의 성장세는 1%이하다.

업계는 이로 인해 메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13일 구리가격은 처음으로 톤당 8000달러를 밑돌았다. 구리가격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는 톤당 1500달러에서 3000달러 사이였다.

구리의 가격상승은 제조업의 부품 원자재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산업계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구리는 전력 케이블·와이어링·파이프 등에 쓰여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경제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실제로 최대 구리소비국인 중국의 수요는 지난 5년간 거의 두배가량 증가했다.

바클레이캐피탈의 가일레 베리 애널리스트는 “칠레의 구리 생산량은 전체적인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광산업계는 생산량 부족으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코델코의 폐쇄된 용광로로 인해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며 현물시장에서 금속을 매입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계약건이 5%가량 증가했음에도 매달 12만~16만톤의 판매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이 움직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코델코 기업이 현물시장에서 구입하는 양은 소량이며 예기치 못한 긴급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비축용이기 때문이다. 매년 170만톤을 생산하는 코델코는 현물시장에서 구입하는 양은 한달에 약 3000~5000톤이다. 

또한 코델코는 다른 지역 간 메탈 교환의 수단으로 정기적으로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입된 구리는 부족분으로 쓰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중국의 경제가 둔화되며 수요 역시 감소세를 나타내 저조한 생산량과 균형을 맞출 것으로 분석했다. 2014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가격이 하락될 것으로 전망됐다. UBS는 2014년까지 구리 생산량 증가가 매년 8.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드베이미네랄의 데이비드 가로팔로 최고경영자(CEO)는 “구리는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생산됐으나 지질학적 변화 및 기상악화, 노동시장 문제 등으로 인해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라며 “내년 말에는 생산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