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 증시가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의 요동 속에서도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이전까지 세계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변동하면 아시아 통화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위험자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 과정에서는 태국의 바트화와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인도네시아의 루피화의 변동폭이 크지 않았고 국가 신용등급이 AAA인 싱가포르의 달러화는 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보다 1% 절상됐다.
특히 중국이 지난주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를 8% 올리는 등 위안화의 절상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여 아시아 통화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아시아 통화가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아시아 통화를 위안화의 대리 통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홍콩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통화투자전략가인 아다르쉬 신하는 "중국 통화의 움직임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통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아시아 통화 선호 현상은 이 지역 통화로 표시된 채권에 대한 구매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주 앞으로 최소한 2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있다.
펀드조사 업체인 EPFR글로벌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따르면 지난주 선진국 채권 펀드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신흥국 펀드로는 1억900만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WSJ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중국의 위안화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 때문에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제대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면서 위안화 대신 호주의 달러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호주가 빠른 성장을 하는 중국과 인도에 천연자원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WSJ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일본의 엔화, 스위스의 프랑을 안전자산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lees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8/15 22: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