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출구전략, 선두-후발 갭 커졌다
호주, 3개월 연속 금리인상.."성장 자신감"
ECB, 3일 회의서 출구전략 그림 제시할 들
日, 출구전략은 커녕 추가완화 조치 불가피
韓 금리인상 다소 늦어질 수도
입력 : 2009.12.02 10:49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두바이 사태`가 차츰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전세계는 다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적으로 회복세가 고개를 들고 있고, 일부 국가의 경우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위기 진화에 썼던 이례적인 정책들은 속히 되돌리는 이른바 출구 전략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그렇지만 일사분란한 출구 전략 구사를 보긴 힘들 전망이다. 각국의 사정, 회복 속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 선두 그룹엔 호주, 그리고 유럽이 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러시아 등은 아예 출구 전략의 `출`자(字)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
◇ 호주, 3개월 연속 금리인상.."새로운 성장 국면 진입"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하며 출구 전략 신호탄을 쐈던 호주는 3개월 연속 금리인상이란 전례없는 행보를 보였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일(현지시간)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RBA는 기준금리를 3.5%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지난 10월부터 0.75%p 금리를 인상한 것은 실질적인 긴축 정책임을 보여준다"면서 "경제의 심각한 침체 위기는 지나갔으며, 통화 완화 정책의 점진적인 철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웨인 스완 재무장관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 스완 장관은 "호주 경제는 회복되고 있으며, 이는 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주택 가격은 1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 심리와 기업 투자, 고용 등 경제 전반이 호전되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 2월2일 있을 정책결정 회의에서 금리가 또 인상될 가능성을 44%로 반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속도를 너무 높이게 되면 회복세를 해치거나 호주 달러 강세를 유발해 수출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주의 네 차례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봤다.
◇ ECB, 3일 회의서 출구전략 큰 그림 그릴 듯
이미 출구 전략 구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3일 정책결정 회의를 열 예정이며, 여기서 출구 전략의 방법이나 필요성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최근 "중앙은행으로부터의 쉬운 대출은 일시적일 것이고, 각국은 여기에 너무 도취돼 있는 것은 피해야만 한다"면서 출구 전략 구사를 시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렇지만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목표치 2% 아래로 높지 않은데다 경기 회복세의 지속성이나 유로화 강세 등이 걱정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출구 전략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의에선 지난 6월과 9월 시중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취했던 1년짜리 저금리 대출을 오는 16일 만기가 끝난 이후엔 더 이상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 두 차례 대출로 약 5000만유로(7500억달러)가 은행에 지원됐다.
◇ 英,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 있어
그러나 영국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3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감소 추세를 보여온 영국 정부는 내년엔 경제가 성장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에따라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가 다시 한 번 국채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높이는 것이 예상되고 있다고 WSJ이 보도했다. BOE는 지난 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에서 동결하는 한편, 국채 매입 한도를 2000억파운드로 확대했었다.
BOE는 내년 2월 이를 재검토할 예정이지만 소비 심리나 시중 자금 등의 지표를 볼 때 아마도 조치는 그 이전에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 일본 "출구 전략은 언감생심"
일본에겐 출구 전략은 언감생심. 디플레이션에 엔고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의 압박에 못이긴 일본은행(BOJ)은 전일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BOJ는 기준금리 0.1%를 동결하는 한편, 10조엔(1157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놨다. 시중 은행에 기준금리인 0.1%에 3개월짜리 단기 자금을 이만큼 더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BOJ가 정부의 등살에 못이겨 대책이라고 내놓긴 했지만 규모도 너무 적고,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시장 반응도 싸늘했다. 회의 이전 달러-엔 환율이 87엔대로 오르면서 엔화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오히려 회의 이후 실망감이 불거지며 엔화는 다시 올랐다.
소시에테 제너럴(SG) 홍콩의 글렌 맥과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선 BOJ가 국채 매입을 크게 늘리거나 아예 금리를 제로(0)로 낮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오히려 BOJ는 추가 행보에 나서야 할 판이다.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위한 추가 예산을 승인했고, 이에 발맞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 러시아, 추가 금리인하 시사..韓 금리인상 다소 지연될 듯
그동안 전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여겨졌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비시스(BICIs:브라질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경제가 황폐해져 있는 러시아도 출구 전략은 커녕 수렁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 끌어 올려야 할 지 고민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4월 이후 금리를 4%p 인하했지만 추가로 더 인하할 가능성을 분명히 열어두고 있다.
한편 출구 전략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점쳐졌던 한국의 금리 인상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SJ은 한국의 10월 수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9월엔 미치지 못하고 있고, 10월 산업생산은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낸 점을 들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해 금리 인상도 지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HSBC의 프레데릭 뉴먼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내년 1월부터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1분기 안쪽까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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