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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란 “우리 배로 한국까지 원유 실어주겠다”

정석_수학 2012. 6. 29. 10:13


[단독]이란 “우리 배로 한국까지 원유 실어주겠다”

동아일보 | 입력 2012.06.29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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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유럽연합(EU)이 다음 달 1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을 중단키로 한 가운데 이란 정부가 우리 정부에 "이란 국적 유조선으로 한국까지 직접 원유를 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한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EU의 이란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원유 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EU 외교장관들이 보험 중단을 결정한 25일(현지 시간) 직후 이란 정부가 '원유 수송을 직접 해줄 수 있다'고 제안해왔다"고 28일 밝혔다. 이란 측은 선박보험 등 운송비용도 모두 부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은 미국과 EU의 제재로 원유 생산량이 넘쳐나지만 자국 내에 이를 보관할 대형 비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의 비축시설을 빌려 쓰는 데에도 거액이 들어간다. 정부 당국자는 "이란으로선 어떻게든 남아도는 원유를 빨리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서라도 원유를 팔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선박보험을 감당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없는 한국으로선 이란의 제안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의 여파로 이란에 수출하고 있는 2700여 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떻게든 원유 수입을 계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EU 보험회사들 대신 선박보험에 직접 지급보증을 설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초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선박보험 지급보증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지급보증을 했다가 만에 하나 유조선이 사고를 당했을 때는 인명 손실, 선박 및 화물 값 등을 합쳐 최대 70억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선박보험 등 운송비용을 이란 측이 모두 떠안는다면 이 같은 부담을 모두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인도 정부가 최근 이란으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고 전격 수용한 것은 한국 정부가 판단을 내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는 "이란 원유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이란 유조선의 입항(入港)을 허용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인도는 전체 원유 수입의 12%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어 EU의 선박보험 중단 조치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었다.

한 가지 걸림돌은 미국, EU 등 이란 제재에 나선 국제사회의 움직임이다.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들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올 들어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10% 넘게 줄여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미국 국방수권법 예외조치를 최근 인정받은 바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