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통사 갈등으로 개선책 표류…폰보험 폐지론도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휴대폰 보험 개선대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7월 초 열린 휴대폰 보험 관련 회의에서 보험사와 이동통신사가 모두 개선방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이에 일단 기존 방식을 변경하지 않기로 하고 현재 시스템상에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보험사와 통신사에 다시 제출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휴대폰 보험이 불완전판매와 도덕적 해이 가능성으로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 6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민원 해소 범정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통신사와 보험사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통신매장에서의 보험 불완전판매, 과소보상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휴대폰 보험 개선책으로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휴대폰 보험을 '보험사-이통사-가입자' 간의 구조에서 '보험사-가입자' 간의 계약구조로 변경하는 첫 번째 방안이다. 불완전판매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보상수리서비스 개념으로 전환해 이통사가 전담하는 것이 두 번째 방안이다. 또 가입자 부주의에 따른 휴대폰 분실은 보험사 면책사유가 되도록 했다. 고의로 분실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개선방안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이통사와 보험사가 모두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안은 보험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판매채널 역할을 담당하지 않게 되면 판매 비용이 더 소요돼 보험료가 현재보다 3배가량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휴대폰 보험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방안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휴대폰 분실이나 훼손 시 보상ㆍ교체를 보험이 아닌 부가서비스로 제공할 경우 이통사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같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보상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도 보험에 가입할 경우 고의로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파손하는 일부 가입자들의 모럴해저드를 이통사가 감내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정부를 비롯해 관련 업계에서 휴대폰 보험이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 '휴대폰 보험 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통사와 보험사의 반발 때문에 휴대폰 보험 가입자들은 당분간 불편한 보상 체계를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휴대폰 보험 가입자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지난해 5월 4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지난 3월 두 배가 넘는 870만명이 가입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휴대폰 보험은 보험사기의 맹점을 잉태하고 있는 보험으로 애초에 출시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현 시스템이 유지될 경우 보험사와 이통사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