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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고민 해결이 안되는 4가지 이유
입력 : 2009.11.25 17:54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달러화에 대한 고민은 요약하면 결국 한가지다. 달러가 더 이상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화 표시 국채의 3분의 1은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분의 2는 민간영역에서 보유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의심이 구체화되는 순간 `먼저 팔고 탈출하기 경쟁`이 시작될 수 있고 이런 움직임은 각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협조`를 요청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데서 공포감이 잠재되어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24일 LG경제연구원은 '달러 위기론과 국제통화질서의 현주소'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런 의문을 다뤘다. 결론은 해결책이 없다는 쪽에 가깝다.
1. 원래 기축통화는 어느쪽이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로버트 트리핀 미국 예일대 교수가 지적한 기축통화의 딜레마 상황과 현재의 달러화의 고민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기축통화 발행국은 기축통화의 국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수지(경상수지 또는 자본수지)적자를 지속해야 하는데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한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그것을 미국 국채발행으로 메워야 하는데 그것이 누적되면 부채 상환능력의 의심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달러화 채권에 대한 신뢰 저하로 연결되어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지 않으면 미국 밖으로 달러가 흐르지 못해 세계 경제가 불경기에 빠지고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만약의 가정이지만 미국이 지금의 중국처럼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남는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축통화체제를 유지해왔다고 하더라도 역시 한계는 있다.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 미국의 투자대상국이 되는 나라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하고 그 나라들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해외투자가 계속되기는 어렵다. 중국이 미국 국채에 더 이상 투자하기 어렵다고 불평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기축통화국이 세계 경제의 상황을 보아 가면서 경상적자와 경상흑자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 역시 어려운 조건이다.
2. 기축통화국은 방만해지기 마련이다.
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수요에 기대어 돈을 찍어서 재정적자를 보충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세금을 올려야 재정을 늘릴 수 있지만 기축통화국은 국채를 발행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유 연구위원은 "미국이 세금인상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방과 사회보장지출을 할 수 있었고 미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그에 따른 댓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럴헤저드는 마치 공기업이 예산을 방만하게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파산의 위험이 없는 조직은 예산을 절약할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가 다른 나라 화폐로 바뀌더라도 미국의 전철을 밟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3. 미국의 경상흑자는 요원하다
어쨌든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다시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불신의 근원인 경상적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달러가치를 절하해야 하는데 미국은 현재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통화가치 절하는 미국 국채의 발행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달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면서 달러를 평가절하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4. 달러를 제외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
어짜피 같은 운명을 밟더라도 일단 불안한 기축통화는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유로화나 위안화 모두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고민이다.
중국 위안화가 국제적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이 자본수출국이 되어야 하고 위안화를 각국이 외환보유액으로 쌓아놓기 위해서는 위안화표시 채권시장이 발달해야 한다. 외환보유액으로 중국 위안화를 사용하려면 언제든지 중국 국채를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은 단기간 내에 이런 상황을 갖추기 어렵다. 유로화 역시 단일국가의 통화가 아니어서 정치적 추진력을 갖지 못하는 게 약점이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 네트워크의 외부성을 강화하고 결국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수명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네트워크의 외부성이란 팩스나 휴대폰처럼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록 그 상품의 사용가치가 높아진다는 원리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위치를 유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이유가 바로 이 `대안부재론`이다.
특정 국가의 통화가 아닌 다른 국제통화를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싶어 하지만 달러에 대한 대안이 등장하는 것이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달러화의 몰락 속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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