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미국·캐나다

버냉키(美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다음 카드는 장기 금리 인하?

정석_수학 2011. 8. 23.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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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8.22 21:16

26일 '잭슨홀 회의'서 연설… 추가 경기부양 발언 기대
2차 양적 완화 때 연준이 사들인 단기 국채, 10~30년짜리 장기로 전환
"풀린 돈 잘 돌리는 데 초점"

"장기 금리를 낮추겠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투자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큽니다."

22일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벤 버냉키 의장이 다음에 꺼낼 카드로 장기 금리 인하를 꼽았다.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2013년 중반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로 저금리 기조에 대한 확신을 줌으로써 기업이나 개인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오는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 모임인 '잭슨홀 회의'에서 연설한다. 버냉키는 작년 잭슨홀 회의에서 2차 양적 완화를, 2007년엔 초(超)저금리 정책을 처음 공개한 바 있어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발언이 기대되고 있다. 이 회의엔 김중수 한은 총재도 참석한다.

◆풀린 자금을 잘 돌리는 방안 나올 것

구체적으로는 2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줘 자금을 시중에 푸는 조치) 때 연준이 주로 사들인 2년 미만의 단기 국채들을 만기가 10~30년짜리 장기 국채로 바꿔주는 방안이 연준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된다"며 "연준이 이런 장기 국채를 사줌으로써 현재 경직된 부동산 부문 등에 돈이 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26일 버냉키의 발언이 돈을 더 풀기보다 이미 풀린 돈을 잘 순환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한다.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대량으로 풀려나간 돈이 쓰이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다"며 "돈이 생산적인 용도로 쓰이게끔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초저금리 기한을 2013년 중반으로 못 박은 것 역시 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연준에 맡긴 돈에 대해 주는 이율을 떨어뜨리거나 없애는 방안이 버냉키 입에서 나올 가능성도 크다. 현재 미국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한 1조6000억달러에 연 0.25%씩 나가는 이율을 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연준에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게 된 은행들이 가계나 기업으로 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양적완화 가능성 분분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할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2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풀었는데, 다시 돈을 투입하면 물가 급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3.6% 올라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었다. 지난 9일 초저금리 기한을 밝힐 때도 세 명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19년 만에 처음으로 연준의 내부 반발이 밖으로 표출됐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눈치도 안 볼 수 없다. 3차 양적완화를 실시했을 때 미 국채 값이 떨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중국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외환보유액 중 40%에 가까운 1조1600억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를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22일 런던 증시에선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를 꺼낼 거란 소문에 미국 주가지수 선물(先物)이 장중 0.6%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최저치를 기록하는 것 역시 투자자들이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고 국채를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카드 외에 재정지출 카드 남아

버냉키 카드 외에 오바마 대통령이 쓸 돈도 조금은 남아 있다. 2008년 시행된 7870억달러의 정부 경기 부양자금 중 15% 정도인 1220억달러가 재무부 관할로 남아 있다. 의회에서 합의된 재정 지출 삭감 시행시기가 2012년부터 10년인 만큼 올해는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은 통상 11월 대선레이스 한 달 전부터는 정책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게 관례라는 점에서 미 행정부의 부양책 발표가 8월 말에서 9월 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