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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지는 NDF…밤 12시 이후 깜깜이 되는 서울환시>

정석_수학 2016. 9. 23. 13:34



<얇아지는 NDF…밤 12시 이후 깜깜이 되는 서울환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베팅 못하죠. NDF 시장이 얇은데다(유동성 축소) 밤 12시가 넘으면 커버도 어려워 이월포지션은 가져가지 않아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롱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냐는 질문에 서울외환시장의 외환딜러들은 고개를 젓는다. 

    글로벌 외환시장 플레이어들이 역내외에서 달러-원 거래를 활발히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외환딜러들은 정작 미국 시장이 열리는 시간에는 포지션을 갖기 어렵다.

    특히 밤 12시를 넘어서면 거의 손발이 묶이는 분위기라고 전하는 딜러도 있다.  




    ◇"얇은 NDF시장, 쉽게 볼 일 아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들어 역외 NDF(차액결제선물환)시장은 은행들의 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환율의 호가 공백이 발생,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밤사이 NDF시장이 얇아지는 것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등 대형 이벤트가 있으면 역외 NDF 환율의 변동폭은 급격히 커진다. 유동성이 적을 경우 변동폭은 더욱 확대된다. 역외 NDF 시장의 최종호가는 서울 현물환시장 개장초까지 분위기가 전이된다. 

    하지만 서울환시는 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면서 오히려 위축된 흐름을 보인다. 즉, 역외시장은 유동성 부족에 변동폭이 커지고, 역내 시장은 당국 개입에 위축되는 식의 괴리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 환율이 미국 FOMC 금리 결정 소식에 이처럼 많이 오르고, 많이 빠지는 흐름을 보이는 것은 NDF시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NDF 가격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당국이 변동성을 축소한다고 하지만 NDF 시장의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미국 도드 프랭크법으로 인해 12시 이후에는 미국 시장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NDF 최종호가가 갖는 의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밤사이에 거의 블라인드 딜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거래되다 아침에 서울환시가 개장하면 헤지되지 않은 물량이 쏟아지면서 개장가 근처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물량이 큰 역외투자자가 있다면 NDF 시장에서 거래하면서 가격을 올려놓고, 서울환시가 NDF 가격을 반영해 같이 오르면 내다 팔 수도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첩첩산중 규제에 NDF거래 부진…호가공백도 발생



    외환시장에서는 역외 NDF 시장에서 호가 공백, 유동성 부족이 지속되면 큰 손 역외 세력이 우리 외환시장을 휘젓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동성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규제가 지속되면서 NDF 거래가 부진한 탓이다. 글로벌 규제로 인해 NDF 시장에서 미국계, 유럽계 은행과의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국내 은행이 많다. 

    미국 상품선물위원회의 스와프거래 규제인 SEF(swap execution facilities)에 이어 올해 9월부터 장외파생상품 개시증거금 규제가 이뤄지면서 거래 유동성이 떨어졌다고 딜러들은 말했다. 

    전자거래가 활발해진 점도 역외 NDF 포지션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 중의 하나다. 



    ◇NDF, 실물량 위주만 거래…환시 주도권 문제 고민해야



    물론 아직은 NDF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 애초부터 밤사이 미국 시장 거래가 많지 않고, 이 때문에 미국 변수에 잠못이루는 시장 참가자들도 크게 줄었다. 런던시장이 열리는 오후 10시 무렵까지 NDF 포지션을 커버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외환딜링룸 부장은 "평소 NDF 거래를 많이 하지 않고, 오후 10시까지는 런던에서 커버하기에 플로우 커버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뉴욕장에서는 포지션 거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외 큰 손 투자자가 시장을 좌우하는 일이 생길 수는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NDF시장이 역내 시장과 연결된 채 개방돼 있어 NDF시장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역외투자자가 국내기관과 거래할 수 있도록 역내외 외환시장이 연결된 채 오픈 된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외환자유화 당시 그리 한 것이지만 자칫 외환시장 주도권이 역외투자자로 갈 우려가 있어 NDF시장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