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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러시아 균열' 위험 주목…"약속 또 깰 것"

정석_수학 2016. 12. 5. 17:57

원유시장 '러시아 균열' 위험 주목…"약속 또 깰 것"

역대 최대치로 증산해 놓은 뒤 "감산 참여" 선언

30만배럴 줄여도 8월에 비해서는 여전히 20만↑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타결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빈 합의'가 벌써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번 감산합의의 신뢰성과 위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던 러시아가 지난달 산유량을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로 끌어 올려 놓고는 이를 기준으로 감산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01년 OPEC과의 공조감산 때에도 뒤에서 약속을 어긴 전력이 있다.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러시아가 산유량을 줄일 가능성이 적다고 입을 모으며 원유시장에 나타났던 'OPEC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러, '사상최대'로 생산 늘린 뒤 감산 

 

러시아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는 일평균 산유량은 1121만배럴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이후 단 석달 사이에만 50만배럴이나 증산했다. 


지난 1일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내년 상반기부터 산유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며 "러시아 원유기업들이 감산 할당량을 골고루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박장관은 "러시아는 올해 11월~12월 기준으로 감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표한 '30만배럴'을 감산하더라도 여전히 생산량은 8월에 비해 20만배럴이나 많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입장은 기존의 '꼼수'를 변형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노박 장관은 "애초에 러시아는 내년 산유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년에도 현재의 산유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일평균 20만~30만배럴을 감산한다는 의미이다"라고 강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감산을 회피하기 위해 '내년 증산'을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러시아의 감산의지는 일찌감치 의심을 받아 왔다. 크리스 위퍼 매크로어드바이저리 파트너는 OPEC 합의가 발표되기 전부터 '러시아 당국이 산유량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내년 증산 계획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OPEC에는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날드 스미스 씨티그룹 러시아원유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은 칼럼을 통해 "러시아는 앞으로 최소 5년간 계속 증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스미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2020년까지 하루 평균 1150만배럴을 생산해 낼 전망이다. 


◇ 전임 사우디 석유상 "OPEC 합의 언제나 깨졌다"


알리 알-나미이 전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 역시 OPEC합의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모두가 합의안을 지키면 원유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OPEC은 언제나 합의를 깨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알-나이미 전 장관은 특히 "러시아가 30만배럴을 감산할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과거에도 러시아는 감산에 동참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OPEC은 '빈 합의'를 발표하며 러시아를 포함한 '비OPEC 산유국의 감산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에게 일평균 60만배럴의 축소목표를 제시했다. 러시아에게는 40만배럴 감축을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좀 과도한 요구'라며 30만배럴 감산을 약속했다. 


오는 10일 OPEC과 러시아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구체적인 감산 이행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 "러, 감산동참 경제적 유인 없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산유량을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산유량을 사실상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러시아의 원유기업들이 세전 기준 큰 이윤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가장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비용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배럴당 20달러 이하 수준에 원유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러시아의 세금체계와 루블화가 유가하락에도 버틸 수 있도록 이미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가와 연동돼 유연하게 변동하면서 원유기업들의 마진을 보호하기 때문에 감산동참에 그다지 큰 경제적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러시아는 다른 산유국들과 달리 유가 폭락기에도 원유 시추공 수를 오히려 늘릴 수 있었다. 반면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 시추공 수는 지난 2014년 고점 대비 약 75% 줄었다.



http://news1.kr/articles/?2848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