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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차

정석_수학 2012. 7. 16. 10:11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버핏과 소로스가 올 3분기를 주목하는 이유

글로벌 증시 최악 국면에 빠져

'3분기' 증시가 변곡점 될 듯


글로벌 증시가 2009년 2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무기력 장세가 지속되는 국내 증시도 오랜만에 자체 부양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투자자 성향을 감안한 시장 간 자금흐름을 보면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그만큼 위험자산인 주식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며칠 전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낮아지는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이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 차는 경기를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돼 왔다. 단기채가 장기채 금리보다 낮은 ‘단저장고’의 정상적 수익률 곡선이 형성되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거꾸로 ‘단고장저’의 역수익률 곡선이 형성되면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장·단기 금리 차에 의한 경기판단력과 예측력이 종전에 비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 국제통화기금(IMF) ‘기업취약지수(CVI)’, 미국 경기사이클연구소(ECRI)의 ‘경제사이클 큐브’ 등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손쉽게 경기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장·단기 금리 차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각국 경기는 갈수록 빠르게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던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불과 3개월 만에 하향 조정하기에 분주하다. 그 폭도 예측력이 의심될 정도로 비교적 크다.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은 지난 1분기 비교적 좋았던 흐름을 반영해 3월 이후에는 연초 전망치를 올려 잡았으나 최근에는 다시 내려 잡고 있다.

경기침체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실제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GDP 갭’이 자주 활용된다. 실제성장률은 현재 성장률, 잠재성장률은 능력 가능한 성장률을 의미한다. 이 갭이 플러스(+)로 나오면 ‘인플레이션 갭’, 마이너스(-)로 나오면 ‘디플레이션 갭’으로 부른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통화당국은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면 금리인상,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면 금리인하로 대처한다.

GDP 갭으로 주요국 경기상황을 파악해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1%포인트, 중국은 -0.5%포인트, 유로지역은 -2%포인트, 한국은 -1.5%포인트로 침체 정도가 의외로 심하게 나온다. 생산함수 등 추정하는 방법에 따라 각국의 잠재성장률이 차이가 나 그 폭이 달라질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 갭을 뒤엎지는 못한다. 

경기가 급하게 침체되자 각국 통화당국이 바빠졌다. 미 중앙은행(Fed)은 6월 말이 시한이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정책을 12월 말로 연장했다.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3차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연 0.75%로 인하했다. 

신흥국들은 마치 유행처럼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기준금리격인 1년 만기 대출이자율을 두 차례나 내렸다.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작년 하반기 이후 브라질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흥국이 단행한 기준금리 평균인하폭은 1%포인트가 넘는다. 한국도 우여곡절 끝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발표되는 각국 부양책이 통화정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지속된 위기로 재정정책을 남발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가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선진국들은 양적완화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 신흥국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중심으로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은 재정정책보다 의도했던 효과를 달성하기까지의 시차가 길다. 기준금리와 유동성 조절을 통해 시중 대표금리가 변경되면 소비, 투자와 같은 총수요가 변해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 때문이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그 시차는 6~9개월로, Fed의 경우 9개월로 잡고 있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을 다른 정책보다 ‘선제적(preemptive)’으로 추진해야 한다. 선제성을 잃고 너무 늦게 추진하면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보다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다. 이달 들어 각국 중앙은행의 집중적인 부양책에도 증시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시각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시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기부양책 추진 직후 주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6~9개월 뒤 정책효과가 나타나 경기가 회복되면 이 시기는 ‘저점’이 될 수 있다. 주식 투자의 절호의 기회로 2009년 2분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증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워런 버핏 , 조지 소로스 등이 올 3분기를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