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G) 다니엘 부통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의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
◇회사 속이고 몰빵 거래=2000년 SG에 입사해 2005년부터 선물거래를 맡은 케르비엘은 주가지주선물을 통해 위험을 피하는 거래(헤지)를 맡았다.
예컨대 은행이 유망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 선물은 주가가 떨어지는 쪽으로 거래를 해 큰 손실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위험을 피하는 대신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회사가 정한 거래 한도는 2900만 달러였지만 25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를 했다. 파생 금융상품은 손에 쥔 현금이 많지 않아도 신용으로 대규모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SG 등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베어링 은행이 파산한 이후 직원들이 과도한 거래를 하는지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사전에 은행의 보안 시스템을 파악한 뒤 허위 자료를 보고해 감시를 피해 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케르비엘이 작은 규모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 거래 규모를 늘려 갔고 마지막엔 한 곳으로 투자를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지난 주말 은행 감사팀에 꼬리를 잡혔다. SG 측은 이번 주초 프랑스 중앙은행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케르비엘이 한 거래를 은밀히 청산한 뒤 24일(현지시간) 손실 내용을 공개했다.
마켓워치는 “FRB는 프랑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시장에 과도하게 반응한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주 세계 증시의 폭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타격을 입은 미국의 채권보증회사인 암박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1일 유럽 증시에 앞서 열린 아시아 증시가 이미 폭락했다”고 반박했다.
김원배 기자
◇주가지수선물(Stock Index Futures)=코스피나 다우지수처럼 증시의 주가지수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를 예측해 일정한 날에 일정 가격에 매매를 하기로 정하는 것. 주식을 사고 주가지수 선물을 팔면 주가가 떨어질 때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선물만 대량 거래하면 큰돈을 벌거나 무한대에 가까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oneb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