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거래로 이익 본 동양증권에 미래에셋증권 반환 소송
법원 "전액 돌려줘라"
증권사 직원이 착오를 일으켜 원래 가격의 100배로 매수 주문을 냈다가 15초 만에 수십억원의 손실이 난 경우, 이 주문 계약 자체를 무효로 돌릴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실수가 악의적으로 이용당한 경우에는 무효’였다.
◆직원 실수로 120억 날릴 뻔한 미래에셋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직원 실수로 대규모 손실을 낸 미래에셋증권이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함께 동양증권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발표했다.
해당 사건은 2010년 2월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캐나다왕립은행으로부터 주문가격 0.7~0.9원에 4만계약(계약당 1만달러)의 미국 달러 선물스프레드(달러 현·선물 가격 차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파생상품) 매수 주문을 내달라는 위탁을 받았다.
문제는 매수 주문 실무자였던 미래에셋증권 S씨가 매수 희망가격을 단말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0.8원에 1만5000계약 매수 주문을 맡은 그는 가격란에 0.8원이 아닌 80원을 입력했다.
순간적인 실수로 매수 희망가가 정상가의 100배로 불어나 버린 것. S씨의 잘못된 주문이 들어간 지 3초 만에 동양증권이 매도 주문을 낸 것을 시작으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하나은행 등에서도 주문이 쏟아져 15초 만에 1만5000건이 ‘매진’돼 버렸다.
직원의 순간적 실수로 15초 만에 120억원대의 손해를 볼 위기에 처한 미래에셋증권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착오로 일어난 거래라며 한국거래소에 착오거래 정정 신청을 내는 한편 이 거래에 참가한 증권사들과 거래를 무효로 돌리자며 합의에 나섰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하나은행은 동의했지만 이 거래로 70억여원의 이익을 본 동양증권은 한국거래소 업무규정과 시행세칙을 보면 주문 등에서 착오를 일으켰다 해서 거래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했다. 결국 양측은 소송을 벌이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은 대형 착오 거래가 추정 손실액 10억원 이상이고 장 종료 후 15분 경과 전까지 거래 상대방과 합의해 거래소에 신청할 경우 구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한국거래소 파생업무규정 시행세칙을 마련, 지난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악의적으로 실수를 이용한 거래는 무효”
재판부는 “미래에셋증권이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긴 했지만 이 사건은 상대방(동양증권)이 악의적으로 실수를 이용한 경우”라며 “해당 선물스프레드 가격은 전날 종가 기준 0.9원이었기 때문에 동양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주문이 착오 때문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양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실수를 이용해 15초 동안 33회 매도 주문으로 70억여원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의사 표시를 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 민법 제109조는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며 “부당이득을 본 동양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23억원, 미래에셋증권의 손실을 보전해 준 현대해상화재보험에 5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