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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럽發 쇼크에도 환율안정ㆍ금리 동요없어 2008년 위기때와는 달라

정석_수학 2011. 8. 15. 12:10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527589

`제로금리 유지` 美 다급하단 뜻…3차양적완화 카드 쓸 가능성 커
신현송 美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한국, 유럽發 쇼크에도 환율안정ㆍ금리 동요없어 2008년 위기때와는 달라
미국 통화완화 정책 한국엔 자본유입 키워 원자재값 다시 오를것
기사입력 2011.08.14 18:10:10 | 최종수정 2011.08.14 19:44:29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던 2007년 중반.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를 경고하며 "금융회사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는 당시 사상 최고치에 이른 주식시장 환호에 묻혔다가 2007년 말 `리먼브러더스 쇼크`가 터지고 나서야 주목받았다. 

4년 만에 `소버린 쇼크`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 그는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갑자기 세계 금융시장이 붕괴됐던 지난주 그는 마침 여름휴가 중이었다. 휴가지에서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금융위기를 목격했다고 했다. 

-금융위기가 왜 이렇게 갑자기 왔나. 

▶현재 금융위기는 유럽발 위기다. 유럽계 은행이 문제였다. 은행들은 자산을 두 가지로 평가한다. 하나는 시가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산(장기 보유 자산)과 시가 평가를 해야 하는 자산(단기 자산)이다.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세계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발행 총량이 1조7000억유로나 된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국채를 갖고 있지 않은 은행이 없을 정도다. 이탈리아 국채는 시가 평가를 해야 하는 계정에 포함돼 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이탈리아 국채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갔다. 유럽 은행들은 이를 즉각적으로 시가 평가해야 했다. 이탈리아 국채가 흔들리는 만큼 손실이 발생했다. 은행들은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이탈리아 국채를 매각하거나 신용부도스왑(CDS) 계약을 맺어야 했다. 은행들이 앞다퉈 이탈리아 국채에 대해 CDS 계약을 맺자 당연히 이탈리아의 CDS 스프레드가 올라갔고 국채 금리도 치솟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탈리아 국채가 악순환의 고리에 진입해 버린 것이다. 

사태가 급속히 번져 은행 손실이 확대되자 유럽계 은행들은 드디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이 붕괴된 것도 그래서다. 역사적으로 갑자기 금융시장 상황이 고꾸라지면 항상 그 뒤에 차입 금융사의 문제가 있었다. 

-한국 시장이 흔들린 이유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자금의 50% 이상이 유럽계다. 유럽 시장이 출렁거리다 보니 유럽 본사는 가장 손쉬운 시장에서부터 팔았다. 그게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시장 개방도가 높고 투명하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시장은 거래가 쉽다. 그래서 자신들이 돈이 필요하면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서부터 팔기 시작한다. 

지난주 한국 금융당국에서 위기 이후 빠져나간 자금의 성격을 규명했더니 유럽계가 가장 많더라는 통계를 발표했다. 그중 룩셈부르크가 가장 많다고 했다. 룩셈부르크는 유럽계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등록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룩셈부르크에서 돈을 뺏다는 것은 그만큼 유럽계 헤지펀드가 많이 정리하고 나갔다는 말이다. 

-앞으로 유럽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며 대책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도 어려운 구조다. 

지난 7월 26일 유럽은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정도로 유로존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부족하다. 이탈리아 국채 총량이 1조7000억유로고 스페인만도 7000억유로다. 3조유로 정도는 돼야 한다. 3조유로를 조성하려면 이 펀드에 대한 보증을 독일과 프랑스가 서야 한다. 만약 두 나라가 보증을 서면 국가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기 어렵다. 보증은 곧 부채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가 하고 싶어도 못한다. 정치적으로 국내 반대도 너무 심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사실 ECB는 시장에 직접 개입해 회원국의 적자를 메워주는 것은 못한다. 

이탈리아 국채를 사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소규모로 개입했다. 대규모로 하면 법적인 문제가 있고, ECB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하다. 

결국 유럽은 정치인과 ECB가 대립하는 구조를 어떻게 풀 것인가로 귀착된다. 독일과 프랑스가 나서 재정으로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ECB가 양적 매입을 통해 해결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 위기는 쉽게 해결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주 목격했듯이 유럽 위기는 한국에도 여파가 크다. 유럽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한국은 과거 두 차례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체질이 많이 단단해졌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은행 부문이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1997년 위기 때도 그랬고, 2008년에도 그랬다. 항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단기 외채가 화근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은행 건전성 조치로 선물환 규제를 했고, 거시환경부담금도 뒀다. 이로 인해 경제 체질이 많이 좋아졌다. 단적인 예가 이번 금융위기에서 보여준 환율시장이다. 이번 위기에도 많이 붕괴된 한국 주식시장과 달리 환율은 비교적 안정됐다. 상당히 고무적이다. 1997년이나 2008년 위기 때와 분명 다르다. 시장 금리도 동요하지 않았다. 한국 국채 금리는 더 내려갔다. 

1997년 외환위기의 예에서도 보듯 우리나라에 위기가 나면 단순히 외환위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시장에서 자금이 경색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직 그런 징후도 없다. 그러나 여기서 안심해선 안된다.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위기가 한국에 2008년과 같은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년 동안 금리를 제로(0) 상태로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전례 없는 조치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 사람들이 잘 말하지는 않지만 이 조치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2년 후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2년 동안 중앙은행의 손발을 묶어둔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보면 그만큼 다급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관행을 벗어나는 조치다. 

이달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례 심포지엄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부터 그때까지 시장이 좋지 않으면 벤 버냉키 의장이 이때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3차 양적 완화가 나오지 않더라도 `2년간 제로 금리 조치`는 시장에 청신호다. 

-한국 시장도 미국 제로 금리 조치의 영향을 받을 텐데.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은 지금 경기가 다 좋다. 그래서 미국 통화 완화 정책은 경제가 튼튼한 우리나라 같은 처지에서는 과열로 나타난다. 원자재도 이번 사태가 안정되면 다시 상승세로 되돌아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기만 생각하고 통화 정책을 펼치지만 그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친다. 당분간 유럽 위기가 진행형이기 때문에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이것이 진정되면 금융시장이 팽창적으로 나갈 것이다. 한국으로는 자본 유입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본세는 부작용이 많다고 본다. 현재 우리가 취해놓은 각종 조치가 잘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