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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원대 환율에도 버텼는데 1100원대가 왜 불안할까

정석_수학 2009. 11. 24. 22:57




http://www.edaily.co.kr/news/Economy/newsRead.asp?sub_cd=IB21&newsid=02355046589888672

900원대 환율에도 버텼는데 1100원대가 왜 불안할까기업들 손익분기점 환율 1년여만에 1100원대로 높아져
불경기 여파..과거보다 원화강세 악영향 크다
입력 : 2009.11.23 17:19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환율이 더 내려가면 수출에 문제가 생겨서 큰 일'이라는 걱정에 대한 반론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논리는 우리 기업들이 2006년부터 2008년 초반까지의 900원대 환율에서도 무역수지 흑자를 일궈냈었다는 사실이다. 

900원대 환율에서도 잘 버티고 흑자를 냈는데 1100원대 환율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엄살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3일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될만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재도래하는 원화 강세와 한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과거의 원화강세 시기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원화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1100원대라는 달러-원 환율의 절대수준만으로 아직 괜찮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900원대 환율이 유지되던 2007년 전후의 시기와 현재와의 차이점은 우선 기업들의 해외 영업이익률이 낮아진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외영업 이익률의 경우 2008년 2분기에는 8.6%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4.6%로 더 낮아졌다. 

보고서는 "해외 영업이익률이 매우 낮아 소폭의 환율 하락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은 영업이익률이 2.1%로 환율 하락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해외영업이익률을 기반으로 상장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을 구해보면 1133원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 이하로 환율이 내려가면 해외영업에서 손실이 난다는 뜻이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손익분기점 환율은 900원대였다. 



정 연구원은 "불경기의 영향으로 달러로 표시된 수출단가가 과거보다 많이 내려간 반면 수출원가는 그만큼 낮아지지 않아서 과거보다 원가가 더 들어가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여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환율만 올라갔다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겠지만 불경기의 영향으로 달러표시 수출가격도 많이 내려갔다"면서 "그 수출단가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환율이 과거보다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각 기업별 손익분기점 환율이 전체 평균 근처에 몰려있었지만 현재는 전체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과 각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더 분산되어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 연구원은 "과거에는 손익분기점 환율 근처로 환율이 내려갈 때까지 기업들이 버틸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 수준까지 환율이 내려가지 않아도 경쟁력이 없어지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부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악화된 것이 그런 현상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기계 업종 기업들의 손익분기점환율 분포도. 2008년 1분기에는 900원대에 좁게 분포하고 있었지만 올해에는 분포가 1200원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있다.

보고서는 또 국내 수출에 미치는 요인 가운데 소득효과(세계 경기)가 가격효과(환율)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환율이 높을 때(원화약세)보다 환율과 무관하게 세계 경제가 활황일 때 더 잘 된다는 의미다. 

결국 환율 때문에 수출이 문제가 생긴다기 보다는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환율마저` 불리하게 작용하면 악영향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정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처럼 과거에 비해 원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고 있는 만큼 원화의 가파른 강세를 막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10월 현재 실질실효환율지수로 본 균형환율은 달러당 1017원~1079원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향후에도 원화가치는 달러화 뿐 아니라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환율의 하락세는 이어지겠지만 올해 하반기만큼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