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ICHARD BARLEY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인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을 단행하면서 시장뿐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주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정재계 인사들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경제 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각국의 중앙은행이 유지하고 있는 초저금리정책은 채권시장 투자자들에게 있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저금리 덕을 본 사람들도 많다. 초저금리정책이 시행되면서 국채 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거뒀으며 정부와 기업, 주택소유자는 저리에 채무를 상환했다. 그러나 지나친 초저금리 때문에 이익을 쫓는 수요가 나타남에 따라, 투자자들이 위험한 베팅을 했던 금융위기 전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위험은 경제회복이 계속돼 국채수익률이 오르고 국채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손실이 엄청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로써는 국채시장에서 위와 같은 손실을 초래할 대대적 매도세가 나타날 위험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중국 및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기는 하나, 글로벌 경제전망이 아직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려는 추세다. 또한 은행과 보험업체들은 신규 금융규정에 따라 기존보다 높은 국채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제로금리정책이 장기국채 등 국채수익률 급등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심리가 바뀌면 시장도 순식간에 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이 진행되고 있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국채수익률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과거보다 더 큰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 1994년 연준이 예기치 않은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대대적인 국채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은 잃을 것이 더 많은 상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자금이 엄청난 속도로 채권시장에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순 90억 달러가 빠져나간 반면, 뮤추얼 및 상장지수 채권펀드에는 1조 달러 이상이 유입됐다고 한다.
저수익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익률이 낮을 경우 채권가격이 수익률에 더 민감해지기 떄문에 만기와 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는 채권듀레이션(보유기간 동안의 채권수익률 변동성)이 높아진다.
수익률이 낮을 때는 투자자가 국채가치 대부분을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받기 때문에 가격변동성이 더욱 높아진다. 국채가격이 금리에 대한 추정에 민감해진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장기국채의 위험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지금 수익률에서는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1% 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채권가격이 약 9% 포인트씩 떨어진다. 기존의 7% 포인트보다 급격히 상승한 수치다. 현재의 낮은 국채수익률에서는 하락보다 상승의 여지가 많기에 국채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발생 가능성이 상당하다.
25일(금요일) 10년 만기 재무부 국채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인 1.7%보다 조금 높은 1.95% 전후였다. 국채수익률이 기존의 4% 가량으로 회복된다면 금요일 97.15로 마감했던 재무부국채 가격이 81 가량으로 16% 이상 급락할 것이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국채로서는 엄청난 하락폭이다.
만기까지 기다리는 투자자는 전액을 돌려받겠지만, 저수익률 투자상품인 국채를 계속 보유하고 있기에는 2022년 11월이 너무 멀게 느껴질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몇 년, 몇 개월씩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고수익률 국채가 만기를 맞아 저수익률 국채로 대체됨에 따라 국채시장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례로 3.5~4.25% 수익률을 제공하는 독일국채 790억 유로어치는 12개월 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만이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낮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기업채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 지수에서 정크급 미국 채권 수익률은 5.6%밖에 되지 않는다.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국채만큼 금리인상에 취약하지는 않지만, 기업채권은 유동성이 더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투자자들이 국채 등 채권을 정리하기로 결심한다면 기업채권시장에서의 매도세가 특히 거셀 것이다. 최근 채권펀드에 유입된 자금액수가 급등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투자자들이 채권가격 하락에 겁을 먹고 매도세로 돌아선다면 펀드들이 어쩔 수 없이 채권을 털어버리면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손실이 일단 발생하면 순식간에 증가할 수 있다.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영국국채 3,750억 파운드어치를 사들이면서 최대 채권자로 떠오른 잉글랜드은행은 1월 첫 10일 동안 국채수익률이 증가함에 따라 시가평가 손실을 70억 파운드 기록하면서 장부상 이익 상당수를 잃었다.
증앙은행이 수익률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수익률이 증가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경제회복을 막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가 차입자 이익을 늘리면서 대출자의 미래손실을 늘리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똑딱거리는 시한폭탄이라는 말이다.